유발 하라리의 『넥서스』는 석기시대부터 인공지능 시대에 이르기까지, 정보 네트워크의 진화가 인류 사회에 미친 영향을 통찰하는 책입니다. 이 책은 정보와 권력, 신화와 진실, 인간과 인공지능의 경계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질문합니다. 사회적 연결을 만드는 정보의 힘과, 그 속에서 민주주의와 인간의 자정 능력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해 성찰합니다.
정보는 진실이 아니다: 네트워크 시대의 신화
유발 하라리는 『넥서스』에서 “정보는 진실을 전달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사회적 연결을 창조하는 도구였다”고 말한다. 이 주장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정보의 기능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흔히 정보를 ‘진실’로 받아들이며, 그 전달 경로가 객관적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하라리는 인류의 역사를 통해 정보가 언제나 진실을 전달했던 것이 아님을 예시로 들며, 오히려 사회를 조직하고 집단을 형성하는 데 있어 정보가 신화처럼 기능해왔다고 설명한다. 고대 수메르의 점토판, 중세의 성서, 근대의 신문과 방송, 그리고 오늘날의 SNS까지. 정보는 각 시대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중심축이자 그 시대의 권력 구조를 반영하는 거울이었다. 사람들은 진실을 위해 정보를 추구하기보다는, 신뢰와 소속감을 얻기 위해 정보를 공유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정보는 ‘사실’보다는 ‘서사’가 되었다. 진실이 왜곡되더라도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할 수 있다면, 그 정보는 살아남았고 확산되었다. 현대의 디지털 네트워크는 이러한 경향을 가속화시켰다. 알고리즘은 사실보다는 감정을 자극하는 정보를 선호하며, 바이럴 콘텐츠는 그 진위와 상관없이 인간 사이의 연결망을 확장한다. 하라리는 이를 “정보 민주주의의 위기”로 본다. 정보량은 넘치는데, 우리가 무엇을 믿고 누구를 신뢰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시대. 『넥서스』는 이 지점에서 시작해, 인간이 선택해야 할 다음 단계를 묻는다.
AI 시대, 인간은 어떻게 살아남는가
유발 하라리는 인공지능을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닌 “비인간적 주체의 등장”으로 바라본다. 『넥서스』에서 그는 AI가 정보 생산의 주체가 되는 순간, 인간의 사고와 판단은 근본적인 전환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인간은 정보의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전락할 위험에 처했고, 그 결과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는 존재로 퇴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하라리는 ‘자정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인간 사회는 과거에도 수많은 오류와 위기를 겪었지만, 결국 그것을 극복하고 조정해온 내부적인 힘이 있었다. 그는 민주주의를 예로 들며, “민주주의는 완벽하지 않지만, 그것이 자정 능력을 갖춘 유일한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정보가 왜곡되고, 권력이 집중되더라도, 민주적 토론과 비판, 그리고 집단적 자각을 통해 우리는 다시 균형을 찾아왔다. AI 시대에도 이러한 자정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을까? 하라리는 우리가 기술을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규제하고, 인간의 가치에 맞게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AI의 효율성과 객관성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윤리적 판단과 역사적 맥락 속에서 그것을 통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넥서스』는 인간이 기술에 휘둘리지 않고, 기술과 협력하여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하는 책이다.
‘넥서스’가 보여주는 정보의 힘과 인간의 연결성
책 제목인 ‘넥서스(Nexus)’는 단순히 네트워크의 기술적 용어를 넘어서, 인간 존재의 조건을 통찰하는 철학적 개념으로 확장된다. 하라리는 넥서스를 “정보를 중심으로 얽힌 인간과 인간, 인간과 비인간, 인간과 시스템 간의 복잡한 연결망”으로 설명한다. 이 연결망은 물리적 거리나 국경을 넘어서 작동하며,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무엇을 믿고 살아가는지를 결정짓는 환경이 된다. 『넥서스』의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연결이 반드시 긍정적이지는 않다는 점이다. 연결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개인은 고립되고, 정보는 폭주하며, 감정은 조작당한다. 이는 현대 사회의 역설이다. 모든 것이 연결된 시대에, 인간은 점점 더 외로워지고 불안해진다. 하라리는 이 점을 지적하며, ‘정보 과잉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선별력과 해석력이라고 말한다. 즉, 정보의 바다에서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거를 것인가를 결정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넥서스를 통해 공동체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AI와 알고리즘을 인간 중심의 가치와 윤리에 맞춰 설계한다면, 우리는 더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정보는 단지 데이터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담보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넥서스』는 정보와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사유하게 만드는 책이며,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묻는 철학적 나침반이기도 하다.
정보와 권력의 시대, 인간다움은 어디에 있는가
『넥서스』는 단순히 ‘정보’를 다룬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정보라는 렌즈를 통해, 인간이 어떻게 진실을 구성해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묻는다. 하라리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방대한 통찰을 통해, 인류의 미래에 대한 실질적인 고민을 던진다. 특히 AI와 기술이 인간의 삶을 지배할 가능성이 커지는 시대에,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한 철학적 기반을 제시한다. 정보는 진실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해석하고 선택하는 힘은 오직 인간에게 있다. 『넥서스』는 그 힘을 회복하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