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으로 본 진짜 나의 정체 "나답게 살고 싶어서 뇌과학을 읽습니다"

『나답게 살고 싶어서 뇌과학을 읽습니다』는 도쿄대학교 약학부 교수 이케가야 유지가 집필한 책으로, 인간의 자유 의지란 과연 존재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에서 출발한다. 무의식과 뇌과학적 실험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무의식적'으로 살아가는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논의한다. 자유 의지가 환각이라면,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이 책은 그러한 통찰의 길로 독자를 이끈다.

나답게 살고 싶어서 뇌과학을 읽습니다


자유 의지는 존재하는가: 뇌과학이 밝히는 의지의 환상

이케가야 유지는 독자에게 충격적인 실험을 하나 소개한다. 독일의 신경과학자 존 딜런 헤인즈가 진행한 자유 의지 실험에서는 버튼을 누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7초 전, 이미 뇌의 보조운동영역에서 준비활동이 시작되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자유 의지가 실제로는 뇌의 자동적 활동의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은 자신이 결정을 내렸다고 착각할 뿐이며, 그 결정의 씨앗은 이미 무의식 중에 뿌려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가 내린 선택에 대해 책임질 수 있을까? 하버드대학교의 알바로 파스쿠알 레오네 박사는 자기 자극 장치를 통해 오른손잡이 참가자가 왼손을 더 자주 사용하도록 만들 수 있었고, 그 참가자는 그 선택이 자신의 의지였다고 확신했다. 이 실험은 '의지'조차 외부 자극에 의해 조작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뇌과학은 인간이 생각하는 자율성이라는 것이 실제로는 얼마나 제한적인지를 드러낸다. 이러한 주장은 실존적 불안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이케가야는 단지 결정론적 비관주의에 빠지지 않고, 오히려 이 사실을 인식함으로써 삶을 더 주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결정된 행동을 한다면, 그 무의식을 형성하는 습관과 경험을 스스로 다듬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 의지의 환상이 무너졌다고 해서 우리 삶의 가능성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제는 무의식이라는 깊은 강을 이해함으로써 더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열린 셈이다.

무의식의 지배와 뇌의 습관: 우리는 어떻게 선택하는가?

이 책은 무의식의 작동 메커니즘을 상세히 설명한다. 인간은 평균적으로 80% 이상의 행동을 습관에 따라 자동적으로 결정한다. 노스이스턴 대학교의 알버트 라즐로 바라바시의 연구는 이를 구체적으로 뒷받침한다. 사람들의 위치 이동 패턴은 휴대전화 데이터를 통해 놀랍도록 예측 가능하며, 단 2~3곳 정도로 그 행동 반경을 거의 완벽하게 좁힐 수 있다는 사실은 인간이 얼마나 정해진 루틴 속에서 살아가는지를 말해준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무의식적인 결정 과정이 과거의 경험과 반복된 행동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무의식은 단순히 통제 불가능한 영역이 아니라, 우리가 쌓아온 '기억의 축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케가야는 ‘좋은 반사를 만드는 경험을 많이 쌓는 것’이야말로 가장 현명한 삶의 전략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골동품 감정사는 수천 개의 물건을 접한 경험을 통해 단 몇 초 만에 진품을 감별할 수 있다. 이 능력은 무의식적이지만 결코 무작위적인 것이 아니다. 축적된 경험이 반사의 질을 결정짓는 것이다. 따라서 좋은 선택을 하는 사람은 ‘운 좋은 사람’이 아니라, ‘좋은 반사 시스템’을 가진 사람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자기계발’이란 더 이상 뿌연 미래에 대한 모호한 도전이 아니라, 무의식에 좋은 패턴을 학습시키는 구체적인 행동의 누적이다. 감정을 조절하고, 상황에 맞는 판단을 하며, 사람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는 모든 과정이 바로 뇌에 새로운 ‘습관’을 새기는 일이다. 무의식을 이해한다는 것은 곧 ‘진짜 나’를 이해하는 일이며, 거기서부터 ‘나답게 사는 법’이 시작된다.

노년의 뇌, 감정의 회복과 생애의 균형

이케가야 유지는 한 실험을 소개하며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더 행복해진다”고 말한다. 미국 뉴욕주립대 아서 스톤 박사팀은 35만 명을 대상으로 삶의 만족도를 조사했는데, 행복감은 20대 중반부터 하락하기 시작하여 40대에 바닥을 찍고, 이후 다시 상승해 80대에 최고점을 찍는다. 이는 나이 들수록 감정의 회복력이 높아지고 부정적인 감정에 덜 휘둘리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뇌과학적으로도 이러한 경향은 입증된다. 콜로라도 대학 스테이시 우드 박사팀의 연구에 따르면, 청년층은 부정적인 자극에 더 강하게 반응하는 반면, 노년층은 긍정적 자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는 편도체의 활성화 방식이 변화했기 때문인데, 나이가 들수록 공포, 불안보다는 기쁨, 만족감에 뇌가 더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늙어서 무뎌지는 것'이 아니라 뇌가 삶의 균형을 찾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과정이다. 동시에 이케가야는 노년기에 겪을 수 있는 우울증에 대해서도 경고한다. 감정의 안정이 삶의 평온으로 이어지는 반면, 신경전달물질의 감소 등 생물학적 변화는 의외로 많은 고령자에게 우울감을 유발한다. 따라서 우리는 삶의 후반기를 준비하며, 감정을 표현하고 웃고, 좋은 관계를 지속하며 살아가는 ‘경험의 질’을 높여야 한다. 웃음은 감정을 전염시키고 타인과의 연결을 강화시키며, 심지어 자신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되돌려준다. 미소 짓는 표정을 따라만 해도 뇌는 실제로 기쁨을 느낀다. 이케가야는 이것이 뇌를 훈련시키는 방법 중 하나라 말한다. 결국, 진정한 자기계발이란 외적 성취보다 ‘감정과 무의식의 조율’이라는 뇌의 예술에 가깝다.

뇌를 아는 것이 곧 나를 아는 것이다

『나답게 살고 싶어서 뇌과학을 읽습니다』는 자유 의지라는 개념을 해체하며 시작되지만, 결론은 오히려 희망적이다. 뇌의 자동성과 무의식을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나답게 살아가는 법을 더 분명히 배울 수 있다. 의지는 뇌의 결과물이지만, 그 뇌를 설계하는 것은 우리의 경험, 관계, 반복된 행동들이다. 이 책은 단순한 뇌과학 해설서가 아니다. 자기 삶을 이해하고 설계하려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철학적 안내서이며 실용적 훈련 도서이다. 우리가 스스로를 조정할 수 있는 뇌의 패턴을 익히고, 더 나은 반사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이들에게 이 책은 아주 좋은 출발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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